가르치는 듯한 말투를 쓴다
요즘 들어 상당히 자주 '가르치는 듯한 말투를 쓴다'라는 표현이 자주 들려. 그런데 좀 의아했지. 남을 모른다고 깔아뭉개는 게 아닌데도 사람들은 '가르치려고 든다'라는 말을 사용하더라고. 그래서 궁금해졌지. 정말로 그 사람들은 가르치는 듯한 말투를 쓰는 걸까? 내가 이 의문이 처음 든 게 '멘스 플레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야.
다들 알겠지만 대충 설명하자면 이 단어는 여성계에서 사용되는 단어야. 남자가 여자에게 가르치는 듯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을 비판하는 단어지. 얼핏 보기엔 맞는 말이거든. 여자라고 무시하면서 가르치는 말투를 쓰면 안 되잖아. 그런데 내가 의아했던 건, 많은 사람이 이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이 상당히 이상했어.
남자가 여성이 모르는 분야를 이야기하면, 심지어 자기주장을 꺼내기만 하면 '남자라서 나를 가르치려 든다. 그거 멘스플레인이니 조용히 해라'라고 말하더라고. 사실상 자기 의견을 꺼내지 말라고 하는 셈이지. 나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처음으로 '도대체 가르치려고 드는 말투의 기준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자세히 살펴봤지.
정말로 가르치는 듯한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어. 가령 본문을 예시로 들자면 '너희는 멘스플레인이란게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설명해 줄게.' 혹은 '멘스 플레이도 모르느냐?' 라는 식으로 말한다면 가르치는 말투지.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상대가 가르치려는 말투를 사용하지 않아도 자신이 모르는 영역을 이야기하거나, 혹은 상대의 지식수준이 자신보다 높다 싶으면 '가르치려고 든다'는 표현을 사용하더라고. 누구나 아는 영역이 있고 모르는 영역이 있어. 내가 아는 게 있고 네가 아는 게 있지. 그렇다면 자신이 모르는 영역에 관해 이야기 할 때는 일단 경청해야 하지.
내가 낚시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치자.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네가 낚시를 잘하는 사람이고. 그러면 네가 '낚싯대에 너무 힘을 주거나 급하게 끌어올리지 마세요'라고 조언을 해 줄 수 있지. 그런데 그 자체를 불쾌하게 생각해. 자기만 낚시 아는 척한다, 낚시 좀 한다고 가르치려고 든다. '가르치려고 든다'라는 표현이 사용될 때 정말로 화자가 문제가 있는 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청자에게 문제가 있었어. 열등감의 문제가. 정말로 상대가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상대의 지식수준이 자신보다 높아 보여서 그걸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애를 쓰는 경우가 많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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