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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꿈을 꿧다

마음의건강 2016. 6. 2.


긴 꿈을 꿨다. 2년 전부터 서서히 깨다가 올 초에 완전히 깨어났다. 꿈속에 있을 땐 내가 나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내가 한 것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내가 들은 말과 타인의 행동만 보였다. 나는 늘 현재보다 더 먼 과거 어느 시점의 악몽에 고착되어 살았다. 내 의식이 고착된 시기는 내가 피해자였던 시기였고, 그 후의 시간이었던 그 순간에는 난 눈을 가리고 있었다.

 

훨씬 더 전의 과거에 고착된 피해자라는 의식과 눈을 가리고 꿈을 꾸고 지낸 그 후의 나는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큰 피해를 주고서 그로 인해 돌아오는 반응들에 대해서 내가 피해자라고 주장했었다. 아니었다. 돌아보면 내가 잘못한 게 훨씬 많았다. 참 많은 사람이 나로 인해 다쳤다.

 

내가 받은 상처라는 것도 내가 불러온 것이었다. 수많은 구설수와,툭하면 불거져 나오는 추문, 거기에 뭐든 끝장 보려고 하던 귀 막고 눈 가리던 고집만 세던 나까지, 많은 요인이 어우러져 결과적으로 너무 큰 피해를 줬다. 여러 사람에게. 그중에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도 꽤 많았다.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오르게 할까 봐 선뜻 먼저 다가가서 미안하다고 얘기하지는 못하지만…. 수년의 고된 훈련 끝에 결국에 자의식과 내 입장 내 합리화 모두 내려놓고 나를 군중 속의 한 객체로만 놓고 볼 수 있는 수준까지 관찰 자아가 강해졌다. 관찰자 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막는 것이 사실 그대로 인식하는 걸 어려워하는 약한 마음이듯, 그 관찰 자아가 강해졌다는 것은…. 이젠 다 있는 그대로 직시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의미이다.

 

이젠 난 짙은 회한과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그저 빨리 그들도 감정을 흘려보내고 놓아버리고 잊어버리기를…. 진심으로 기도할 뿐이다. 하루빨리 아픈 시간이 줄어들기를 기도할 뿐이다.참 많이 아꼈고, 많이 좋아했고,진심으로 사랑했고,그래서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너무 크게 와 닿았고그래서 격하게 반응했고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이 다쳤고돌이키고 싶지만 돌이킬 수 없고보고 싶지만, 마음으로만 남겨야 하는이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은 그 지독한 말들이불쑥 떠올라 가슴 아파 몇 시간을 뒤척이다 겨우 잠드는 날도 있지만,나를 객체화 시키는 방법을 알게 된 후로….이젠 그것도 잠재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그냥 이거면 됐었다."그도/그녀도 나 때문에 아파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나조차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내 모습을 발견하고 얘기해줬던 사람이 있었다.모두가 나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고 있었을 때, 그 사람은 얘기해줬다.

 

그 사람이 보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그때는 그 사람이 보는 내가 너무 이질적이어서늘 한계와 한계를 마주하는 상황이 올 때면 그 말을 원망했다.희한하게도 독설보다 아픈 말이 내가 망각해버린 나의 좋은 점에 대한 얘기였다.2년 전 이 시기에 그 사람으로 인해 그 꿈이 균열하기 시작했고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야 그 꿈에서 깼다.


이제야 그 사람이 했던 말들이 하나둘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자의식이 강했던 당시에 받아들이지 못한 얘기들에 고개를 끄덕인다.강한 자의식은 깊은 착각과 오해를 만들어버렸다.긴 꿈이었다. 깨고 보니 나로 인해 피눈물 흘린 수많은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이젠 피가 나지 않지만 큰 흉터를 가진 내가 보였다. 그리고 내 현실이 보였다. 그리고 해결책이 보였다. 꿈에서 깨고 나서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내가 미안하다고 얘기할 수 있어서 느끼는 안도감이었다.미안하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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