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이 내 성격 너무 싫다
대충 내 인생을 풀어보자면 초등학생일 때는 엄청나게 밝은 성격이었고 공부도 잘했음 반장도 했었고 근데 5학년 때부터 멍청이 댐 키 작고 나댄다는 이유였던 것 같다 따돌림당한 건 아닌데 그때부터 인사그룹에 못꼈던것같음 중학교때는 일진들한테 매일같이 처맞고 다녔음 그래도 착한 친구들은 많아서 어떻게 버팀 공부도 쭉 잘했고 멍청이가 너무 싫어서 탈출하려고 진짜 온갖 노력은 다했음 유행하는 노래도 듣고 말도 재밌게 하려고 노력하고 옷도 사서 입어보고 꾸미기도 해보고 어느 정도는 나아지더라 전학가서 고등학교 입학하고 처음으로 인사라는 무리에 들게 댐 내 과거를 친구들은 아무도 몰랐으니까 카톡 패매 창은 알림이 끊이질 않았고 항상 친구들과 함께였음 여자애들이랑도 친해지고 좋아하는 여자애도 생김 하지만 좀 노는 애들한테는 트라우마 때문에 잘 못다 가감 속으로도 난 아직 멍청이라는 생각이 남아있었고
그런데 결정적으로 내 인생이 힘들어진 이유가 좋아하는 여자애였음 그 여자애를 포함해서 여자애들이랑은 뜻밖에 말도 잘하고 연락도 주고받고 그랬지만 사랑이란 감정 앞에서 난 너무나도 서툴렀음 좋아하는 감정을 주체 못해서 질투심이 극에 달하고 집착도 극에 달하게 댐 그런 채로 9개월을 짝사랑했음 내 인생보다 그 여자애가 인생의 1순위가 되어버렸고 너무 지쳐서 계획 B는 생각도 안 하고 질러버린 고백은 당연히 까였음 인생의 1순위였던 게 무너졌으니 제대로 살 수가 없었음 그때 했던 생각을 떠올려보자면 그 여자애는 나보다 인기도 많고 성격도 인사성격이니까 여태껏 멍청이로 살아온 나 따위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난 키도 작고 잘생기지도 않았고 아무도 나를 좋아해 주지 않아 역시 한번 멍청이는 영원한 멍청이야 대충 이랬던 것 같음
그렇게 내 눈엔 아주 예쁘고 성격도 좋고 인기 많은 그 여자애와 나를 비교하면서 한없이 자존심을 깎아내림 좋아하던 마음이 질투심으로 서서히 바뀌어 갔음 쟤는 남자애들이랑 너무 잘 어울리고 고백도 종종 받는데 나는 뭐지? 이런 생각들. 전교 탑 급이었던 성적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서서히 친구들과도 멀어지기 시작함 삶을 살아갈 의지를 잃으니 다음 해에도 학교는 당연히 빠지게 되었고 진심으로 죽고 싶을 정도로 사람이 미쳐서 온종일 동그랗게 묶은 전깃줄만 만지작거렸음 마지못해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어떻게 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학교도 나가기 시작했지만, 다시 어중간한 멍청이가 되어버렸고 벗어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음 결국 참다 참다 고2 겨울방학 때 다시 상태가 안 좋아짐 그리고 1년 동안 눈앞에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는 그 여자애의 모습을 보는 건 나에게 고문과도 같았음 다른 평범한 애들도 마찬가지였음 그때의 내 인생이 너무 초라했으니까 그렇게 학교 출석은 간신히 해가면서 올해 고3을 날려 먹고 스무 살이 가까워질수록 내 정신적 스트레스는 점점 심해져 갔음 수능시험이 끝나면 애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 나게 놀겠지? 새해 첫날 성인이 되면 술집에 모여서 술잔을 들겠지? 좋은 대학에 붙어서 빛나는 대학생활을 하겠지? 나는 수능도 치나 마나 일 거고 놀 사람도 없어 나 같은 게 공부 잘해서 대학 잘 가면 뭐해 아무도 좋아해 주지 않는 멍청이인데 대학 가봤자 시궁창 같은 멍청이 인생으로 살아갈 텐데 이런 한심한 생각만 가득 차 있음
난 멍청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탈출이 안된다. 공부를 잘하면 뭐해. 멍청이인데. 학창시절만 봐도 난 이미 실패한 인생이야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너무 부러워. 낯선 사람들이랑 쉽게 친해지고 재밌게 말하고 이성한테 사랑받는 게.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데 본성의 차이인 건가? 그렇다면 난 어차피 안되는 인생이 아닐까? 난 왜 이런 사람인 거지? 나 자신이 너무 싫어서 찢어 갈겨버리고 싶어 이런 생각들을 한다 카톡 프로필과 페북 인 스타를 보면 고통스럽다 좋아하는 여자애니까 안 볼 수도 없다 이젠 무슨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찬란한 인생을 사는 그녀가 부럽다 내가 저런 성격과 얼굴로 태어났으면 정말 열심히 살 맛 날 것 같다 나는 이런 성격과 얼굴로 태어났으니 뭘 해도 안될 것 같다 라고 하면 한심하다고 욕을 먹는다 그냥.. 다 싫다. 나도 싫고 주변인들도 싫고 이 세상도 싫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멍청이가 되고 처맞은 거야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되는 거야 나도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려고 악착같이 힘내서 노력해왔는데 이젠 그럴 의지 자체가 안 생겨 너무 망가져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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